아파치 헬기, 논란 속 한술 더 떠 ‘신형 구매’

2011.03.28 03:00
박성진 기자

육군 공격헬기 사업 밀실결정 ‘난맥상’

현 정부 출범 직후 美 제안받고 중대형 ‘수리온’ 포기

한국형 ‘소형’ 개발 확정과정 정밀평가 의도적 회피

육군의 공격헬기사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입비용만 수조원대, 향후 운영비용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놓고 난맥상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형 공격헬기사업(KAH)의 추진 방향이 밀실에서 결정된 데 이어 대형공격헬기사업(AHX)에서도 경제성과 작전효율성을 두고 논란을 빚어온 신형 아파치헬기를 도입하기로 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두 사업에 따른 육군 헬기의 구매 비용을 6조~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30년간 운영비용으로 한국형 공격헬기는 약 6조원, 아파치헬기는 약 3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 논란 빚어온 육군 공격헬기사업= 대형 공격헬기사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됐으나, 고비용을 이유로 진전이 이뤄지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한국형 다목적헬기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한국형 기동헬기(수리온)를 기반으로 한 중대형 공격헬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 아파치 등 대형 공격헬기는 물론 노후화하는 500MD 헬기와 AH-1S 코브라 등 소형 공격헬기까지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파치 헬기, 논란 속 한술 더 떠 ‘신형 구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미국 측이 중고 아파치헬기 판매를 제안하면서다. 군 당국은 타당성 논란이 많은 공격헬기의 ‘하이(High·대형)-로(Low·소형) 혼합 운용’ 방침을 내세웠다. 대형 공격헬기로 중고 아파치헬기를 사들이기 위해 소형 무장헬기는 별도 개발키로 한 것이다. 사실상 ‘수리온’을 기반으로 하는 중대형 공격헬기 개발의 포기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후 중고 아파치헬기 구매가 성능개량 비용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수리온 기반 공격헬기의 경제성이 부각되면서 방사청은 아예 신형 아파치헬기 구매로 방향을 틀었다.

◇ 아파치헬기와 소형 무장헬기의 한계 = 아파치헬기는 1시간 작전 비행을 위해서는 40시간가량의 정비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라크에서는 대당 운행시간이 1개월간 18시간에 불과했다. 한반도 실제 상황에서도 전술 운용에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수 겸용으로 개발되는 소형 무장헬기는 획득비용 대비 무장능력이 크게 떨어져 전투 효율성이 낮다.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에서는 심한 계곡풍의 영향을 입어 안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도 듣는다. 소형 무장헬기 개발 결정이 아파치 헬기 도입을 위한 사전 절차였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불투명한 사업결정 과정 = 군 당국은 아파치헬기를 도입하기로 한 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형 무장헬기 개발 계획도 마찬가지다.

앞서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수리온 기반 공격헬기 개발에 대해 ‘사업 타당성이 낮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도 용역보고서 ‘공격형 헬기 획득방안 및 사업추진기본전략 수립 연구’에서 단서 조항을 달아 논란을 일으켰다. ‘수리온 기반 공격헬기의 대전차미사일(헬파이어) 장착능력이 16기’라는 업체 주장이 확인되면 경제성 평가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관련기관들은 수리온 기반 공격헬기의 헬파이어 장착 능력(16기)을 업체의 과장된 주장으로 간주해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방사청은 헬파이어 장착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정밀 평가를 실시하지 않아 소형 무장헬기와 아파치헬기 도입을 위한 의도적인 검증 기피라는 비판을 받았다.

▲ 한국형 공격헬기사업(KAH)

노후한 육군의 500MD 헬기와 AH-1S 코브라헬기를 국내 개발 헬기로 대체하는 사업.

▲ 대형 공격헬기사업(AHX)

해외에서 대형 공격헬기를 직접 도입하는 사업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논의됐다. 한국형 다목적 헬기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가, 현 정부 들어 미국이 아파치헬기를 판매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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